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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 질긴 조형사 속 한국의 자화상

'거북이 달린다' 질긴 조형사 속 한국의 자화상
[영화. 거북이 달린다. 2009/ 김윤석. 정경호]

'느려도 끝까지. 거북이의 투지'

여기 '질긴' 사람 한명이 있다. 잘난 구석도 없고, 대단한 것도 없다. 무섭도록 변해가는 세상에서 '거북이'라 불리는 것은 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런 '거북이'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 무거운 시련이 왔으니, '토끼'와의 경주를 해야할 날이 온 것이다. 느릿느릿한 시골일상에서 무뎌져가는 조필성 형사(김윤석)과 잽싸고 강력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의 조우. 조형사는 '형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송기태에게 손한번 제대로 못쓰고 크게 당해버린다. 정직과 '쪽팔림', 그리고 가족의 구박 속에서 분을 참지 못하는 조형사. 거북이는 과연 토끼를 이길 수 있을까?


'질기디 질긴 조형사. 그 속에 숨은 지나온 한국의 자화상'

'질기다' 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는가?. 귀찮고, 불편하고. 아마도, 유쾌한 기분은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어'로는 좋지않은 느낌이 떠오를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사람들은 그런 정서에 익숙함을 느낀다. 한국이 바로 그러한 '끈질긴' 투지 하나로 다시 국가를 재건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건물을 다시 지어올리고, 가난 속에서 악착같이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 그것은 본디 잘났던 사람보다 못나고 별볼일 없는 사람이 오직 '끈질김 하나로' 우뚝 서는 과정이다. 이러한 정서는 1950년 대 이후 근 반세기 동안 우리 나라 속에 스며들어있었다. '개천에서 용난다' 라는 말이 그런 정서의 대표적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많이 퇴색되어가는 느낌이지만, 아직 우리는 그러한 끈질김을 투지라고 부르며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악착스럽다' 라고 하면 될까나. 


그리고, 이러한 정서에는 영화에도 투영될 수 있다. 관객은 못나지만, 악착스럽고,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조형사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조형사의 송기태를 잡기 위한 우습고도 진지한 싸움에 진정한 응원을 보내게 되는 이유는 바로 조형사와 관객이, 한국의 암묵적 정서인 '끈질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관객이, 독자가 극 내의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순간이, 그 작품에 가장 즐겁고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다. 조형사가 거울을 보며 주먹질을 할 때도 관객도 왠지 모를 복수심과 투지를 느끼고, 조형사가 확성기를 가지고 '내가 너 꼭 잡는다!' 라고 소리칠 때도, 관객은 자신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하는 듯한 동질감을 느낀다.

사실, '거북이 달리다'는 썩 대단하다거나 아주 훌륭한 영화는 아니다. 평범한 플롯에 적절한 유머로 비벼진 '무난한 영화'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평가와 평점을 살펴보면, 그 이상으로 '재미있게' 보았다는 평이 매우 많다. 꼭 대단한 의미가 있어야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관객이 재미있게, 주먹을 꽈악 지고, 주인공의 행복한 결말을 염원하며 보았다면, 그러한 몰입을 제공할 수 있었더라면, 그것은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거북이 달린다]는 훌륭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재미있고 좋은 영화다.


'필살기'를 바라며.

동화 속 거북이는 토끼를 이겼고. 조형사는 그 끈질김의 끝을 보았다. 하지만, 우리네 세상 속은 정 반대로 가고 있다. 거북이는 죽어도 토끼를 따라잡을 수 없고 , 질긴 놈이 나는 놈 위에 설 수는 없으며, 못난 놈이 잘난 놈 따라잡기가 갈 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영화 속에서, 조형사는 특공무술 도장에 가서는, '한방에 끝낼 수 있는 필살기' 를 물어본다. 게임 속에서도, 영화 속에서도 나오는 필살기. 요즘 세상에도 우리만의 필살기가 있을까. 별볼일 없었던 사람도 끝내 우뚝 설 수 있는 필살기. 뭐 그런것.



거북이 달린다 - 8점
이연우
거북이달린다, 김윤석
# by 프라나비 | 2009/07/11 22:12 | Reviewin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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